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ㅂ산업의 입사 6년차인 ㄱ대리는 매우 부지런한 사람이다.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하지 않으면 마음을 놓지 못하는 꼼꼼함, 미래를 향한 강박적일 정도의 야망 때문에 한시도 자신을 쉬게 놔두지 않았다. 그는 늘 열심히 일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상사의 눈에도 유능하게 보이는 줄 알았다.

그러나 2년전 인사고과 때 상사인 ㅅ부장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. 무슨 일이든 열심이고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점은 높이 사지만, 회사 이익에 어떤 기여를 했느냐를 놓고 보면 큰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.

ㅅ부장은 넓게 파야 깊이 팔 수 있다는 것은 옳은 말이지만, 회사의 입장에서는 지금 열심히 넓게만 파고 있는 사람에게 당장 승진을 약속하거나 후한 연봉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. 그는 '단지 열심히 일한다고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'고 충고했다.

그 과정을 넘어서서 진정으로 회사 이익에 기여하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때에만 능력있는 사람으로 대우받고,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. ㅅ부장과의 면담 뒤 ㄱ씨는 깊게 파들어 갈 시점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결국 ‘유능해 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’으로만 남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.

ㄱ씨는 이후 자신이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과감하게 더 적임자로 판단되는 동료에게 이관하는 것은 물론, 모든 일을 다 잘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회사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해야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.

그러다 보니 자연히 전문적인 안목을 가지게 됐으며, 시간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. 그는 막연히 ‘성공할 사람’에서 ‘유능한 인재’가 됐으며 지난해 인사고과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.

넓게 파야 깊게 팔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. 그러나 깊게 파기 시작할 시점을 알지 못하고 계속 넓게만 파고 있다보면 우물 하나도 제대로 팔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한 그는 여전히 ‘가능성’만 안고 사는 사람으로 남았을 것이다.

<경향신문> 유순신/유앤파트너즈 대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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